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대일 ...



나는 꿈꾸었노라, 동무들과 내가 가지런히 벌 가의 하루 일을 다 마치고
석양에 마을로 돌아오는 꿈을,즐거이, 꿈 가운데.

그러나 집 잃은 내 몸이여,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대일 땅이 있었더면!
이처럼 떠돌으랴, 아침에 저물 손에 새라 새로운 탄식을 얻으면서.

동이랴, 남북이랴,내 몸은 떠 가나니, 볼 지어다.
희망의 반짝임은, 별빛의 아득임은,물결뿐 떠올라라, 가슴에 팔다리에.

그러나 어쩌면 황송한 이 심정을!
날로 나날이 내 앞에는 자칫 가느란 길이 이어가라.  

나는 나아가리라 한 걸음, 또 한걸음. 보이는 산비탈엔 온 새벽 동무들
저 저 혼자…… 산경을 김매이는.

- 김소월